[언론보도] 무엇이 혁신을 막는가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매일경제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윤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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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다 혁신을 주장한다. 성장을 위해 혁신이 필요하고, 생존을 위해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혁신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 혁신을 원하는데 왜 혁신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까. 도대체 무엇이 혁신을 막는가. 혁신을 막는 요인은 내 탓과 남 탓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남 탓. 아주 알기 쉽고 내세우기 편한 요인인데, 특히 리더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사람은 모두 낡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기득권을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이런 사람에게 아무리 혁신을 이야기해봐야 알아듣지 못한다. 불행하게도 지금 내 앞에 있는 리더에게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없으며 열정도 없다. 리더는 그릇된 선입관을 가지고 있어 혁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넓고 멀리 보는 눈이 없으며 당장 눈앞에 펼쳐진 상황만 수습하려 한다.

규제 역시 빠지지 않는 남 탓이다. 규제가 워낙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다 보니 어떤 일도 새롭게 하지 못한다. 규제를 하나 풀려면 수없이 많은 공청회를 하면서 이해집단 간 조정을 시도하지만 대부분 집단 간의 충돌과 싸움으로 끝난다. 내가 설득당할 수 있다는 의식은 전혀 없고, 남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집념밖에 없다.

내 탓은 없는가. 내 탓은 혁신을 막는 최초의 요인이지만 나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생각하기도 싫다. 혁신하겠다고 나섰다가 혹시 실패하면 나락으로 추락한다는 두려움이 크다. 직장이라면 한 번의 실패가 원인이 되어 승진을 못하거나 해고당할 수도 있다. 사업가라면 내 사업이 망할지도 모른다. 많은 돈을 쓰고도 성공하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나에게 혁신을 실천할 만한 능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지만 사실은 더 큰 문제가 있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네 개의 장벽이다.

`남들은` 장벽. 혁신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외국 사례를 떠올린다. 남들은 이렇게 하는데 우리는 왜 저렇게 할까 비판한다. 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말하면 남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당신만 왜 그러느냐며 핀잔을 준다. 그러다가 남들이 하면 나도 따라 한다. 남들은 어떤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남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블록체인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알고 나서야 남들에게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니 언제나 남 뒤꽁무니에만 관심이 간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 4차 산업혁명 전문가가 우후죽순 등장했는데 대부분 남들은 전문가다.

`해봐서` 장벽.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이나 경험이 많다고 평가받는 사람일수록 못하는 이유를 줄줄이 댄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고 설명한다. 혁신이란 지금까지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인데 마치 예지몽이라도 꾼 듯이 주장한다.

`한 방에` 장벽. 국가나 기업이나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고 믿는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천 리 길도 한걸음에`라고 해석한다. 기초연구도 한 방에 해결하고 기술 개발도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리더라면 반드시 내 임기 중에 성과를 내야 한다고 믿는다.

`전례가` 장벽.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과거의 사례를 찾는다. 전례가 없으면 하지 않는다. 내가 가면 길이 된다고 하지만 굳이 내가 앞장서서 길을 만들 필요가 없다. 나서지도 않고 처지지도 않고 중간을 지킨다.

내 마음속에 장벽이 있다면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 역시 나 자신밖에 없다. 어떤 혁신이라도 출발점은 바로 나 자신이다. 혁신에는 신념과 실천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혁신은 세상을 좋게 바꾸는 일인가. 신념이 있으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실천할 수 있다. 해야만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작은 성과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나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하다. 남 탓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부터 돌아보자. 혁신을 막는 최대의 요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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