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低임금보다 無職이 낫단 말인가

권영선 교수님 글이 디지털 타임스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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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사에서 짚신산업이 사라졌고, 타자수와 교환수가 사라졌다. 인력거와 전차도 사라졌다. 이러한 직업의 부침과 상관없이 인류역사와 함께 생존한 끈질긴 직업을 하나 고르라면 바로 이발사를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오랜 기간을 생존해 온 이발소도 우리 사회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질문의 하나가 바로 ‘이발사가 하루 깎을 수 있는 머리 수는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그 직업은 오랜 세월 동안 생존할 수 있었는가?’ 이다. 이발사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이발사가 생활에 필요한 임금을 벌기 위해서는 결국 이발 요금이 물가상승에 따라 상승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발사가 이발사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족의 생계에 필요한 소득을 벌 수 있어야 하고, 하루 깎을 수 있는 머릿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요금이 상승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발요금은 어떻게 상승해 올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아주 옛날에는 어땠는지 모르나, 과거 40여 년간 이발사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이발요금을 정부가 규제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발요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수요공급의 변화과정에서 상승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발사는 같은 시간 일하고도 더 많은 소득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찾을 수 있으면 직장을 옮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제조업에서 인력수요가 늘면서 아마도 많은 이발사가 직업을 바꾸었을 것이다. 이발수요는 변화가 없는데 이발소가 줄어들면 자연히 이발요금은 상승한다. 이발사가 직장을 바꿀 유인을 갖지 않을 수준까지 상승한다. 다른 산업의 성장이 이발 산업의 요금인상을 유발한 것이다. 바로 낙수효과다. 어느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면 그 지역 임금과 물가가 상승하고, 기업이 나가면 임금과 물가가 하락하는 낙수효과이다. 많은 정치인과 언론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없다고 하나 조선업 침체로 고통을 겪는 마산경제가, 자동차생산시설 철수 이후 무너진 군산경제가 바로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낙수효과의 크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요가 계속해서 뒷받침이 되었으면 이발소의 숫자가 지금처럼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과거 40여 년간 증가해 왔으니 절대 이발 수요는 증가했으나 미용실이라는 대체 서비스업이 남성이발 시장을 잠식하면서 이발소 이용이 급감했고, 또한 대체 일자리가 생기면서 직업을 바꾼 이발사가 늘면서 이발소 산업은 쇠퇴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이발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약 정부가 최저요금제를 도입했으면 이발 산업을 보호할 수 있었을까?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요금을 높이면 이발소만 더욱 빨리 사라지게 된다. 경제가 침체기인데 최저임금을 높이면 일자리만 더욱 빠르게 줄어든다. 바로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운 좋게 직장을 유지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직장을 잃은 사람에게는 최악이 된다. 낮은 임금에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강제되면서 제도적으로 일자리에서 퇴출된 것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보다 직업 없는 것이 좋은 것인가? 이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정부가 최저임금제도를 통해 강제할 사항은 아니다. 최저임금인상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저소득층 중에서 일부 운 좋게 일자리를 잃지 않은 사람만 잘 살자는 정책이다. 임금과 소득 인상은 경제 활성화를 통해서 신산업의 성장을 통해서 달성할 수 있지, 규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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