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 입으로 여러 말 하는 능력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매일경제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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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분명히 알고는 있지만 표현하기 어렵다 보니 형용사나 부사를 사용하게 된다. 굉장히 어렵다거나 아주 조금 사용한다는 식이다. 이에 비해 내가 알고 있으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형식지라고 한다. 형식지는 매뉴얼이나 공식처럼 명사나 동사를 사용하며 숫자로 표현한다. 생각은 대부분 암묵지다. 형식지로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은 생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니 나와 상대방은 서로를 향해서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한다. 어려움은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 나와 상대방의 입장(立場)이 되어 표현하는 훈련이다. 입장은 서 있는 장소다. 어디에 서 있는지에 따라 보이는 대상이 달라진다. 입장은 시점과 시야의 곱셈으로 볼 수 있다. 시점은 높거나 낮다. 시야는 넓거나 좁다. 시점이 높아도 시야가 좁을 수 있고, 시점이 낮아도 시야가 넓을 수 있다.

시점이 높고 시야가 넓다면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해진다. 훈련에서 나는 먼저 나의 입장에서 나의 언어로 나의 말을 한다. 그 후에 나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상대방의 언어로 상대방의 말을 한다. 이런 훈련을 두고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12 (一口二言)이라고 한다. 1구는 나의 입을 가리키며, 2언은 나와 상대방의 말을 가리킨다. 12언에서 나의 말과 상대방의 말은 마치 시소와 같다. 어느 한쪽의 말만 강조하면 시소는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지고 더 이상 놀이가 되지 않는다. 시소가 놀이가 되려면 번갈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널뛰기와도 같다. 널을 뛰는 두 사람이 같은 정도로 힘을 사용해야 서로 번갈아가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어느 한 사람만 힘을 쓴다면 널뛰기가 되지 않는다. 12언을 하려면 나의 말과 상대방의 말에 같은 정도로 정성을 들여야 한다. 말하는 시간도 같고, 준비하는 노력도 같아야 한다.

기업도 12언 훈련을 해야 하는데 목적은 살아남기 위해서다. 먼저 기업의 입장에서 말한다. 입장은 하나지만 관점은 다양하다. 기술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말하거나 혹은 매출 증가나 원가 절감이라는 관점에서 말한다. 사원 채용과 배치, 교육과 재교육, 인수·합병, 주가 상승 등 다양한 관점에서 말한다. 기업은 이어서 상대방 입장에서 말한다.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의 입장이다. 고객 입장이라면 왜 이 제품을 구입하는지, 왜 구입하지 않는지, 어떤 점이 불만인지를 말한다.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 기업 입장에서도 말하고, 인허가로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말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서 하는 12언은 금세 13언이 되고, 14언이 된다.

한 입으로 여러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고객 입장이 되거나 혹은 경쟁 기업과 정부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표현하는 게 실력이다. 실력을 기르려면 공부해야 한다. 상대방이 처한 환경을 공부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목표를 공부한다. 공부해서 실력이 쌓이는 만큼 상대방 입장에 가까워진다.

경영은 미래 시점이다. 기업이 지금 내리는 의사결정은 미래에 기업 생존을 좌우한다. 의사결정이 힘들수록 한 입으로 여러 말을 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고객 생각을 고객 언어로 말하자. 경쟁 기업 입장에서 경쟁 기업 생각을 경쟁 기업 언어로 말하자.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이런 노력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별도의 투자비도 들지 않으니 지금 당장 훈련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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