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국가 차원의 AI 기술로드맵 만들자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매일경제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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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기업의 사업모델을 바꾸고 대학의 교육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지 모른다는 예측도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업이나 대학이나 혼란에 빠져 있다. AI 개발에 뒤처지면 경쟁에서 영원히 낙오된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AI는 특정 기술을 나타내지 않는다. 다양한 기술과 응용 분야를 포함한 광의의 기술이다. 단일 기업이나 대학에만 의존하기에는 넓고도 깊다. 한 국가가 모두 감당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최대 455조원의 경제효과 달성과 세계 10위 수준의 삶의 질 제공이다. 목표가 실현된다면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에서 AI 강국으로 변모하게 된다. 우리나라 반도체가 세계를 석권하고 IT 강국이 된 배경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국제 반도체 기술 로드맵(ITRS)이다. 무어의 법칙과 기술 로드맵으로 인해 반도체 기술이 미래 시점에 어느 정도 진화할지 예측할 수 있었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은 산업 육성의 거름이 된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하지만 진화에는 조건이 있다. 시장이다. 새로운 기술을 응용한 제품이 등장하면 기존 시장에 침투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 시장이 없으면 기술은 진화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문제는 기술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떤 시장에 어떤 제품을 내어놓을지 선택하고 여기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 무엇인지 경영 관점에서 궁리해야 한다. 역방향도 있다. 기술을 어떤 제품으로 연결하고 어떤 시장을 만들지 기술 관점에서 궁리해야 한다. 두 방향의 궁리가 필요한 이유는 명백하다. 기술만으로는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은 경영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기술과 경영 모두에 길잡이 역할을 하는 수단이 바로 기술 로드맵이다. 우리나라가 미래에 AI 강국이 되려면 현시점에 AI 기술 로드맵이 필요하다.

기술 로드맵 작성에는 정부와 기업과 대학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과 기업에서는 연구와 사업을 구분했다. 하지만 AI에는 이런 구분이 의미가 없다. 연구와 사업이 하나처럼 움직인다. AI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경험칙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AI가 선형으로 진화할지 비선형으로 진화할지조차 알기 어렵다. 이런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기술 로드맵이 필요하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기술 로드맵 작성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크다. 기술 로드맵은 결과물보다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으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았던 발견이 생긴다. 다른 기술과의 관련도 분명해지고 새로운 사업모델도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기술 로드맵은 만들고 나서 계속 갱신해야 한다.

기술전략은 국가 차원에서 시작해서 기업 차원으로 계승된다. 기업은 국가전략을 참고하면서 기업전략을 책정한다. 기술 로드맵도 마찬가지다. 국가 차원에서 AI 기술 로드맵을 만들면 이를 참고하여 기업에서 상세한 기술 로드맵을 만든다. 국가와 기업의 기술 로드맵에는 다른 점이 있다. 국가의 기술 로드맵은 넓게 멀리 보아야 한다.

경제 성장, 산업 경쟁력, 차세대 산업 창조의 원동력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자금 분배, 연구개발 체제 운영, 인력 양성, 법과 규제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이 모든 요소가 기업의 기술 로드맵에 영향을 준다. 기업은 국가 차원의 기술 로드맵을 보면서 자사의 기술과 경영이 최적의 조화를 이루도록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계획한다.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기를 진정 바라는가. 그렇다면 시급히 국가 차원의 AI 기술 로드맵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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