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신년인터뷰 장현준교수 (이공계에도 경영.경제 등 융합형 교육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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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장현준 KAIST교수
“이공계에도 경영.경제 등 융합협 교육 필요”

“21세기는 과학기술과 경영·경제가 함께 어우러진 새로운 학문의 지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공계의 경우 자연과학과 공학과목만을 수강하면 됐지만, 그래선 창의력이 발휘되기 어려워요. 교양과 문화는 물론, 경영과 경제과목도 배워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KAIST는 다른 대학과 차별화를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공계의 대표적인 두뇌들이 모인 KAIST에서 Business Economics란 이색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장현준 교수. 장 교수는 Business Economics 프로그램은 과학기술과 경영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자 도입됐다고 말했다. KAIST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연구 및 교육기관으로서 거듭나려면 경영·경제에 대한 새로운 교육과 연구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Business Economics 프로그램은 이공계 학문을 공부하는 학부생들이 경영, 경제, 법에 관한 지식을 공부함으로써 폭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전담교수진은 물론, 많은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강의가 이루어지는데, 기업가정신연구센터도 그 일환에서 만들어졌어요. 이공계학생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할 때 아이디어 차원에서부터 본격적인 사업시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KAIST의 새로운 캐치플레이즈 ‘EWS’ 장 교수는 서남표 총장이 부임하면서 KAIST도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학교지만 문화과학대(the college of cultural science)를 설립해 인문과학도 강조하고,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전략 분야를 정해 거기에 집중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KAIST는 캐치플레이즈를 ‘EWS’로 정했습니다. ‘EWS’란 에너지 및 환경(Energy, Environment), 물(Water),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의미하죠. 국가에서 저탄소 녹생성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한 만큼 KAIST도 이에 맞는 교육과 연구를 병행할 것입니다.” 장 교수는 이를 위해 KAIST도 몇 가지 노력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WS’에 걸맞는 기술연구와 함께 송도에 부지 10만 평을 확보해 EWS 캠퍼스를 만드는 한편, 에너지전략연구소를 설립해 에너지 관련 국가정책 수립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제 에너지도 기술개발 넘어 전략이 중요’ “에너지 연구는 이제 기술개발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국가들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에너지 관련 R&D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데, 너무 막연한 면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려면 전략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원 중 국제시장규모와 기술수준 등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 실정에 가장 적합한 것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5년 뒤 우리나라의 기술자립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해요. 얼마 전 저희 연구소에 중동지역에서 태양열을 이용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가 가능한지 문의가 왔는데, KAIST의 기술DB와 기업들의 기술평가 등을 통해 가능여부를 판단한 적도 있어요.” 장 교수는 에너지전략연구소는 내년 4월부터 이런 전략을 우리나라 기업 CEO에 전수하기 위한 강의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WS CEO 아카데미’란 이름의 이 강의는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 및 세계시장 판도 분석은 물론,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 초청세미나, 난상토론 등을 통해 정말 유익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산업 머지않아 신성장동력 될 것’ 장 교수는 또 조만간 에너지 산업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이런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 에너지 산업 관련 R&D분야로의 예산지원은 정말 막대합니다. 물론 아직 상용화하기에 부족한 기술 분야도 많지만, 단순 전시용이 아닌 상업화에 성공할 기술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어요. 전기자동차의 경우도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상용화되는 것을 보는데, 우리나라도 고속으로 주행할 필요가 없는 시내 운전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앞으로 문제는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구축이라고 할 수 있죠.” 장 교수는 또 에너지경제연구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계획했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들여오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도입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가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북한도 가스수요가 높아 평양과 개성을 거쳐 인천으로 들어오는 PNG도입이 경제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북한을 통과하는 PNG 공급이 안 되면 해저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공급하거나배로 싣고 오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녹색성장 성공의 열쇠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장 교수는 하지만 녹색성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적인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리당략에 머무르거나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 때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확대해 기업들도 활발히 움직인 적이 있지만 결국 성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춤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산업은 IT기술처럼 순간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천천히 발전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 보다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기대가 큰데, 다른 선진국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에너지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정립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흡수 되서는 안 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마련해 줘야 해요.” 이와 관련 장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좋지만, 기술과 아이템만 있다면 창업을 하는 게 훨씬 국가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젊은이들 안정보다는 창업에 뛰어들어야’ “조사에 따르면 미국 MIT대학의 경우 학생 60명 중 1명은 창업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KAIST학생들에게 조사해 보면 1000명 당 1명도 있을까 말까 할 겁니다. 이는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대학교육의 문제도 있어요, 보다 융합적인 학문을 가르쳐야 하는데 교수들은 기존 것만 가르치는 경향이 있고, 창의력을 키워주기 보다는 지식을 주입하는데 열을 올리거든요.” 장 교수는 이 때문에 KAIST도 이제 시험이 아닌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탐구정신, 모험정신, 열정과 협동정신을 갖춘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서라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공학도가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는 자기 혼자만의 연구로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빌게이츠조차도 스티브 발머라는 경영천재가 있었기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대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장 교수는 마지막으로 현재의 경제 위기와 관련해 “현재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기가 위축된 상태지만 당분간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그나마 1년 정도는 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해외의존도가 너무 높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제는 국내 차원에서 내수 진작을 통한 위기 극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장현준 교수는… 1952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와 코넬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로 시작해 국제경제부 부장과 논설위원을 거쳐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한빛은행 사외이사,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초빙교수, KT 사외이사, 한국남동발전(주)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KAIST로 자리를 옮겨 Business Economics란 이색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있으며, SK증권 사외이사와 엘앤피아너스 고문 등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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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석 기자 (azar76@electimes.com)
최종편집일자 : 2009-01-05 16:38:03
최종작성일자 : 2008-12-26 19:5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