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안철수 교수

[중앙일보 정선구] 안철수(47·얼굴)씨는 책벌레다. 어렸을 때 고향 부산에서 책을 보면서 걸어가다가 전봇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할 때면 반드시 책부터 본다. 바둑책 수십 권을 섭렵한 뒤에야 비로소 바둑알을 잡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만큼 공부하길 좋아한다.
자신이 창업한 안철수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최고경영자(CEO)로 있다가 2005년 3월엔 갑자기 미국으로 훌쩍 떠났다. 미국 와튼스쿨에서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곤 지난해 9월부터 KAIST에서 교편을 잡았다. 자신이 그리도 좋아하는 공부도 더하고, 더 많은 창업가를 길러내기 위해서.
-KAIST에서 무얼 가르치나.
“ ‘기업가적 사고방식’이라는 과목이다. 오래 고민해 강의안을 짰다. 잠재된 비즈니스 소양을 일깨워주는 내용으로 보면 된다.”
-기업가 정신이란 어떤 건가.
“젊은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일으키는 ‘창업가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창업가정신이란 ‘다양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신념을 갖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활동과 노력’이다. 그래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작업이다. 창업은 천재만 하는 게 아니다. 평범한 사람도 아이디어가 좋으면 된다.”
-취업보다 위험이 크다.
“당연하다. 실패 확률이 높다. 웬만한 건 스스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위험을 짊어져야 한다. 창업할 용기를 내는 건 젊은이들의 몫이다.”
-실제로 젊은이들의 생각은 요즘 어떤가.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이 온실 같은 환경에서 자라나 안전지향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연을 여기저기 나가보면서 느낀 건 젊은이의 창업가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성세대가 지금의 젊은이들보다 더 도전적이거나 창의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 분위기가 젊은이를 안전지향적으로 내모는 경향이 있다.”
-KAIST 학생들은 어떤가.
“학기를 끝내고 ‘자기 인생의 비즈니스 플랜’ 리포트를 제출받아 읽어봤다. 43명 학생 중 절반이 창업할 생각을 했다. 도전정신을 불어넣으려는 강의 의도도 있었지만, 겁날 정도로 적극적인 생각이 많았다.”
-우리나라에 창업가 정신 토양이 부족하지 않나.
“네 가지 면에서 그렇다. 우선 젊은이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기업을 도와주는 정부 인프라가 약하다. 또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신생 중소업체의 과실과 이익을 탐하는 비즈니스 관행이 문제다. 마지막으로 실패해도 재도전할 기회를 주지 않는, 실패하면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드는 각종 규제다. 창업 후에도 성공률을 높일 수 있게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정선구 유통·서비스 데스크
▶정선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sun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