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준교수님_중도일보_ 성공의 함정과 실패의 교훈]

[장현준]성공의 함정과 실패의 교훈
[수요광장]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대전=중도일보] 품질관리하면 떠올렸던 기업이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였다. 십여 년 넘게 세계 대부분의 경영대학원에서 도요타의 불량률 제로를 향한 엄청난 노력과 마른 수건을 짜는듯한 재고관리는 ‘도요타방식’이라는 명성을 얻으면서 사례교재로 가르쳐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이제 도요타의 추락은 단순한 브레이크 페달의 리콜수준을 넘어 소비자신뢰 붕괴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즉 회사 측이 사전에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즉각 대응에 나서지 않고 쉬쉬하다 큰 사고가 나서 미국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야 마지 못해 리콜에 응하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 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이유가 지적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지난 시절의 성공이 가져다준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 주된 요인이 아닌가 한다. 이는 도요타뿐만 아니라 많은 위대한 기업의 갑작스러운 붕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당기간 동안 많은 학자들은 왜 GM이나 코닥과 같은 거대기업들이 추락하는가 궁금해했다. 왜냐하면 이들 몰락한 기업들은 나름대로 경영학 교과서의 처방에 충실히 따라서 경영되었기 때문이었다. 성공적인 경영을 해서 망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성공한 위대한 기업은 과거의 성공을 가져다준 조직체계나 경영기법 그리고 문화에 젖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 토대가 없었다면 성공을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제일 위험한 버릇이 바로 과거의 성공이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으레 사람들은 과거의 통계와 정보의 잔상이 머리에 남는 것이 정상이다. 그만큼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이노베이션은 쉽지 않은 법이다. 여기서 요점은 과거의 성공을 가져온 주력부대는 미래 이노베이션의 주역이 결코 될 수 없다는 부분이다. 많은 경우 옛날의 주역은 새로운 주역의 등장을 방해하고 껄끄러워 하기도 한다. 도요타의 오늘날의 문제도 결국 세계시장 석권을 위한 글로벌 아웃소싱, 다시 말해서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한다는 전사적인 목표 앞에 이견을 제기할 수 없는 풍토에서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사의 경험은 실패를 딛고 이제 드디어 빌 게이츠가 대표하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재기에 성공한 교훈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인연인지 악연인지 잘 모를 관계는 역사가 깊다. 윈도즈 소프트웨어가 애플사의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베꼈다는 이야기부터 빌 게이츠는 순탄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스티브 잡스는 영광과 굴욕을 넘나들면서 드디어 IT비즈니스계의 황제로 불리게 된 것이다. 애플사도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스티브 잡스를 쫓아냈다가 다시 영입하는 가운데 미국 전체에서 가장 이노베이션을 잘하는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잡스가 아이폰에 이어 야심적으로 내놓은 아이 패드도 1992년 애플의 실패작인 뉴턴 PDA의 뼈아픈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무엇이 애플사와 스티브 잡스가 실패를 딛고 새로운 성공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다시 한번 성공기업이 빠진 함정을 되돌아보면서 애플사의 사례는 바로 실패한 경험이 바로 이 함정에 빠지는 가능성을 줄였을 것으로 확신한다. 글로벌 경쟁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절대 강자는 있을 수 없다. 도요타 성공신화가 도요타 임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오만과 편견’을 키웠을 것이며 설사 조금 다른 의견이 있어도 대세에 눌려 빛이 바랬을 것이다. 성공과 실패는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는 것이며 여기서 또 하나의 교훈은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대응능력과 준비된 자세일 것이다.
도요타와 애플의 사례가 우리의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 기업들은 성공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 혹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 정도로 위아래가 유연하게 사고하고 그만큼 이노베이션에 신경을 쓰고 있는가? 대기업집단의 미래는 바로 한국경제의 미래가 아닌가 고민이 든다. 우리로서는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