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교수님 (책소개_부뚜막이 닳도록)_매일경제

달인을 보라…답은 현장에 있다”
통섭학자 이덕희교수의 문화적 자존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다가 돌연 `맹자`(孟子)의 사단설(四端設)로 화제가 바뀐다. 녹색성장, 환율 같은 무거운 소재의 글과 부뚜막 같은 일상적인 소재의 글이 번갈아 책을 장식한다.
시론집이나 수필집 같기도 한 이 책의 저자는 KAIST 경영과학과에 재직 중인 이덕희 교수다. 그는 수요ㆍ공급 곡선이나 통계 자료에 집중하는 통상적인 경제학자들과는 조금 다르다. 기존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경제 현상을 다양한 학문을 동원해 연구하는 분야인 복잡계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다. 통섭(統攝) 학자인 저자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자존(自存)을 주제로 쓴 49편의 글을 묶어 펴냈다.
`수필`답게 책은 저자가 지난 2008년 겨울 감행한 태국 여행기로 시작한다. 이윽고 경제학자답게 우리 원화의 가치가 태국 바트화의 가치보다 높다는 엄연한 사실을 언급한다. `고지점령`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리는 실질적인 만족감은 변변한 제조업도 없는 태국 사람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역설로 첫 장은 마무리된다.
외형적인 경제 지표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실질적 효용 간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던 저자는 해법으로 `달인(達人)`을 내놓는다. 최근 TV 개그프로에 등장하는 달인을 보며 저자는 어릴 적 부뚜막이 닳도록 부엌을 들락날락하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석ㆍ박사 학위를 받지 않았지만 온갖 음식을 뚝딱 만들어내는 `달인` 어머니를 통해 저자는 “해답은 책상에 있지 않고 현장에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두 차례 경제위기를 겪은 우리에게 `속도` 못지않게 `문화`와 `품격`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이앤비플러스 펴냄.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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