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기재부, 정보통신 조정기능 강화해야 (권영선 교수님 시론)

디지털 타임스 오피니언 란에 정보통신과 기재부의 역할에 대한 권영선 교수님의 기고가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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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경제는 산업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과거 우리경제가 산업경제시대로 발전할 때 성장과 고용의 원천이었던 제조업은 더 이상 양질의 고용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는 정보통신 및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제조공정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활로를 찾아가고 있으나, 이들 기업의 혁신은 노동절약형 혁신으로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모두 새로운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산업 창출, 전통산업의 혁신, 인터넷 생태계의 활성화에서 찾고 있다. 인터넷이 새로운 서비스업 창출의 핵심 플랫폼이 되고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면서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 의료, 교육산업은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을 받아들여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심지어 가장 전통산업인 농업과 노동집약적인 관광산업도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통신기술은 산업구조 재편의 블랙홀인 것이다. 인터넷 기반의 경제로 전환되는 시점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한 인터넷을 갖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신인 정보통신부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유무선 인터넷을 생산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 사례를 통해 잘 알려진 것과 같이 규제의 대상이자 고객인 통신산업의 이익보호에 매몰된 듯 하고, 의료법령 개정을 통해 원격의료를 활성화해야 하는 보건복지부는 5년 넘게 법 개정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산골의 연로한 만성질환자는 여전히 의사를 대면해야 약을 구매할 수 있다. 영상 콘텐츠의 유통경로가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되었음에 불구하고 방송관련법의 규제는 여전히 산업경제시대의 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이 더딘 이유는 기존 산업경제시대에 형성된 이해관계에서 혜택을 보고 있는 기득권 집단의 저항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보통신정책을 거시경제 관점이 아닌 정보통신 네트워크 산업보호라는 편협한 미시적 관점에서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내수 위축이 거시경제 운영의 핵심 문제로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휴대폰 제조업은 위축됐으며, 수많은 휴대폰 판매점이 폐점이라는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까지 4500여 휴대폰 판매점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단통법 시행으로 소비자 혜택은 향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수요 위축만 가속화 시킨 것이다. 또한 단말기 보조금 지출 감소로 통신대기업 이윤은 증가한 반면 영세 휴대폰 판매점의 폐업으로 우리경제의 소득불균형은 더욱 악화됐다.

ICT 산업의 국내총생산 비중은 10%(실질기준) 수준이고, 우리나라 수출액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ICT 산업의 규모가 우리 거시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위상이 커진 것이다.

결국 거시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정보통신산업 정책에 대한 조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단통법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견제 받지 않은 잘못된 정보통신산업정책이 국민경제에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지 학습하고 있다. 또 다시 단통법과 같은 정책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정보통신정책에 대한 조정권한을 강화하고 그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적·조직적 보강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고객은 산업계이고, 미래창조과학부의 고객은 통신산업이고, 보건복지부의 고객은 보건의료 산업이다. 어쩌면 개별 정부부처는 고객의 이익 보호에 충실한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기획재정부의 견제와 조정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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