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무크`는 교육의 미래 아니다 (권영선교수님 시론)

권영선 교수님의 글이 언론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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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크(MOOC)가 등장한 것은 오래전이나 뒤늦게 정부가 무크를 활성화하기로 하면서 국내 교육계의 무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무크란 학습방법은 미국의 주요 대학이 강의 영상자료와 수업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무료 제공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이 현상이 교육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을 비롯한 모든 교육기관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는 지식을 후손에게 교육하는 역할이고, 둘째는 상위 교육기관이나 고용주에게 학생을 선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선별기능이다. 상위 교육기관은 우수한 학생을 뽑기를 원하고 기업은 동료들과 잘 어울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성실하고 재능 있는 인재를 뽑기를 원한다. 국가적으로는 교육기관이 교육기능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나, 인재를 선발해 활용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둘째 기능 또한 중요하다. 우수 대학은 입학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대학의 졸업장은 학생의 역량을 간접적으로 보증하는 자료가 되고, 그런 대학에서 좋은 학점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수한 성적은 학생의 성실성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정보가 된다.

무크는 교육기관의 이러한 기능을 대체하지도 발전시키지도 못하기 때문에 미래 교육의 형태도 아니고 진화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우선, 교육기능과 관련해서 볼 때 무크는 표준화된 지식을 영상자료의 형태로 대중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표준화된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매체는 책이었고, 녹음 및 재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성으로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북이 등장했다. 이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되면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만 전달되던 표준화된 지식이 영상자료의 형태로 대중에게 제공되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무크인 것이다. 즉, 무크는 본질적으로 책으로 전달되던 표준화된 지식이 영상매체의 형태로 제공되는 것일 뿐이다.

대학교육의 우수성은 표준화된 지식을 전달하는데 있지 않고, 신지식을 창출해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있다. 즉, 표준화된 지식을 외부와 공유하는 무크가 대학의 교육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크는 서적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또한, 해외 유명대학이 교육내용을 공개해도 그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인력이 양성되는 것이 아니다. 특정 대학을 입학해서 졸업장을 받았다는 사실과 그 대학에서 받은 학점이 취업에 의미 있는 정보이지, 그 대학이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교육내용을 학습했다는 것이 취업시장에서 의미 있는 정보가 아닌 것이다. 학생이 어떤 책을 읽었다고 해서 취업에 유리한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원리이다.

무크는 기존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정형화된 지식의 강의 내용을 재활용해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일 뿐이지 교육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어느 교육기관이 자신의 사업기반을 스스로 갉아먹는 노력을 하겠는가?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교육혁신은 현재의 대량 교육방식을 개별화된 교육,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변화시키는데 있다. 가장 좋은 교육 형태는 개별 맞춤형 교육이다. 산업사회의 교육은 보편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대량으로 양성하는 방식으로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대량생산 방식은 비용의 효율성은 확보할 수 있으나 교육의 만족도를 낮추고 개별적 교육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정부는 이미 수년 전에 산업사회의 대량교육 방식을 개별 맞춤형 교육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스마트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무크를 활성화해서 교육혁신을 한다는 것은 무크의 본질을 도외시 한 것으로서, 이미 발표한 스마트교육 정책을 보완하고 구체화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과 경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첩경이다.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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