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인터넷 생태계, 산업사회 기득권 탈피에 달렸다 (권영선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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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선 교수님의 글이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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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90년대 전국 초고속인터넷 망을 구축하면서 정보화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앞서게 되었고, 무선인터넷 기반 구축에서 있어서도 앞서 가고 있다. 이처럼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 성공적이었던 우리가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 창출에 있어서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터넷 기반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과 생태계 구축에 있어서는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수많은 이유가 존재할 것이나 세 가지 중요한 이유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는 작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자원이 없는 작은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정부는 개방형 수출주도형 발전전략을 택했고, 그 결과 성공적으로 작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로서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를 거의 전량 수입해 철을 생산했음에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사회의 경제는 서비스 중심 경제이다. 서비스는 전통적으로 비교역재로서 서비스업에서 5천만이라는 시장규모의 제한을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IT서비스 산업에서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용자가 동일한 서비스를 활용할 유인을 갖게 되는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한다. 이용자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성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이버가 국내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식되나 세계 포탈시장에서는 아주 작은 기업에 불과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둘째는 우리의 언어와 문화적 고유성에서 기인한다. 언어와 문화적 특이성으로 인해 국내 시장을 쉽게 잃지 않을 수는 있으나, 동시에 우리 IT서비스업자가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제조업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와 같이 세계적인 기업이 있으나, IT서비스업에서는 그런 브랜드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요즘 국내의 대표적인 IT서비스라 할 수 있는 카카오톡과 네이버 포털 서비스의 확장성은 핵심이용자의 문화적, 언어적 특이성으로 인해 거의 한반도로 제한되는 것이다. 범용 제품이 언어와 문화적 고유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과 같이, 범용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고는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이 세계시장으로 나아 갈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언어와 문화적 고유성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는 이미 이런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셋째는 기존 산업사회에서 형성된 각종 규제에서 기인한다. 의료법에서는 의사의 대면진료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격진료가 막혀있고 칠순, 팔순의 당뇨병 환자도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해야 한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견해의 글이 수없이 많이 게시되어 있는데 여전히 교과서 검정제도가 위세를 떨치고 있고 정치인들은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의 태생적 제약으로 인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도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산업사회의 기득권 세력에 발목이 잡혀있다. 현재의 미래부는 과거 IT 인프라 구축을 주도한 정통부의 후신으로서 산업시대의 건설교통부에 해당한다. 포괄적인 미래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행정기관인 것이다.

과거 산업시대 우리경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정책을 추진한 경제기획원이란 정책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기획원은 규제하고 보호할 산업이 없었기에 자유롭게 국가 전체의 시각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조율할 수 있었다. 이제 정보화시대의 개혁을 국가경제 전체의 시각에서 주도해 나갈 미래기획원을 만들고 정책추진력을 부여해야할 때다.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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