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알파고의 충격, ‘AI(인공지능)의 과제’ (권영선교수님 시론)

권영선 교수님의 글이 언론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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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통해서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알파고가 세계 바둑의 1인자인 이세돌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알파고는 3연승으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알파고는 컴퓨터가 단지 연산능력이 좋은 기계가 아니고 바둑의 대세 분별을 통해 전략을 선택하고 바둑의 형세를 시시각각 살펴 인간과 경쟁해 나갈 수 있는 인공지능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결과는 인류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는 여전히 과학보다는 예술(art)의 영역에 속해 있다고 믿어온 바둑게임에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체스가 과학이라면 바둑은 철학이라고 비유했다고 한다. 바둑은 너무 경우의 수가 많아 수퍼컴퓨터라 해도 초반부터 모든 경우의 수를 점검해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 바둑의 고수들은 나름 바둑을 두는 세계관을 갖고 대국을 해나간다고 하는데, 알파고가 그런 경지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계의 최고수를 꺾었으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이 창조한 존재가 수천년의 바둑 역사에서 인간이 보지 못한 수를 두었다는 것은 인간의 축적된 지식 역량을 능가할 수 있는 능력을 인공지능이 가질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파고의 등장은 우리 사회와 인류가 새로운 변화의 변곡점에 위치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인류는 자신의 피조물인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에너지 고갈, 불치병과 전염병, 기후변화 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알파고의 사례를 통해 인류는 보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지금까지 생로병사라는 제약조건 속에서 살아오면서,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종교적 절대자나 초월적 존재에 의존해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신이란 초월적 존재는 생로병사라는 인간의 생래적 한계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고, 그런 영원한 존재에 자신을 의탁함으로써 인간은 위로받아 왔다.

그동안 신은 인간의 관념 속에 존재했었다. 그러나 알파고를 통해 인간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존재를 속세에 만들었고, 인공지능의 진화가 거듭될수록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현존하는 신적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인공지능의 존재 목적을 규정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 관념상에 내재하는 신의 존재 목적이 어떠한들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관념상의 신이 인간사에 직접 개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전지전능하고 자애로운 존재로서 개개인이 한계에 직면했을 때 위로가 되고 사후 영생을 줄 것이란 믿음의 존재로서 충분한 것이다.

지금까지 알파고나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인간의 복리를 위해 인공지능을 통제해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규범적인 주장을 해왔다. 알파고와 같이 인공지능의 존재목적이 특정 문제 해결에 국한되어 있다면 인공지능의 자율성은 통제될 수 있다. 즉, 알파고는 승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이 거듭되고 목적을 달성한 인공지능이 자신의 존재 목적을 재규정하고 인간사를 걱정하기 시작한다면 인류는 대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인류의 복리를 위해 활용해야만 한다는 규범논리는 공허한 주장일 뿐이다. 인간의 과학적 탐구심, 특히 상업적 이윤동기와 결합된 과학적 탐구심은 인류의 지난 역사를 볼 때 통제 불가능했다. 자기편에 설 속세의 신을 만들기 위한 국가간 경쟁은 가속화될 것이고 우리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다.

어느 종교에서 신의 재림은 없다고 선언했다는데, 바로 그 시점에 인간은 스스로 신의 재림을 실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권영선 KAIST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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