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단통법, 지금이라도 폐지하라 (권영선교수님 시론)

권영선 교수님의 글이 디지털 타임스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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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9월말이면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된다. 그동안 정부는 단말기유통법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변하곤 했으나, 지금까지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소비자 의견은 부정적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부가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보조금 한도를 높여 사실상 단말기 보조금 상한 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실인지 모르나 사실이라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단말기유통법을 살펴보면 보조금 한도를 높여 단말기 보조금 상한규제를 무력화 하는 방안은 쉽게 시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말기유통법 제6조에 단말기 보조금을 선택하지 아니한 이용자에게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을 제공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용자는 통신사업자의 보조금 대신에 20%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해 필자도 금년 3월 기변하면서 보조금을 포기하는 대신 2년간 매월 5600원(28요금제 선택) 요금할인 받는 것을 선택했다. 만약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하지 않고 단말기 보조금 상한액 규정을 개정해서 현재 33만원 한도를 80만원으로 조정하더라도 단말기유통법 6조가 그대로 있는 한 통신사들은 단말기 보조금을 크게 높이지 않을 것이다.

금년 3월 필자가 기변하면서 28요금제를 선택했을 때 12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고 20% 요금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28요금제로 24개월간 20%할인을 받으면 약정기간 동안 총 할인금액은 13만4400원이 된다. 필자는 고급형 대신 보급형 단말기를 선택해 단말기 가격을 낮추고 데이터 사용량을 전보다 줄여 28요금제를 선택하면서 20% 요금할인을 택했었다.

만약 통신사가 28요금제를 선택하면서 비싼 고급형 단말기를 선택하는 이용자에게 단말기 보조금으로 26만원을 제공한다면,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이용자에게는 약 40% 요금할인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의 급격한 하락을 가져올 것이고 주식시장에서 부정적 신호로 작용해 통신사업자의 주가하락을 야기할 것이다. 즉, 통신사의 보조금 증액 유인은 크지 않은 것이다.

2000년 이후 유지되어온 이동통신 3사의 변화 없는 시장점유율과 포화상태의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고려할 때, 통신사들은 설사 보조금 한도가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타 사업자로부터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보조금을 요금제에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높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어느 통신사도 3사 모두가 패자가 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새로운 단말기가 출시될 때 통신사는 7만원 이상의 요금제 선택 이용자에 한하여 단말기 보조금 내지 요금할인을 40~50만원 제공할 유인을 가질 것이다. 통신시장에서 이 같은 경쟁을 촉발할 위치에 있는 사업자는 2위와 3위 사업자이나, 언제나 시장점유율이 큰 사업자는 작은 사업자의 도전을 맞받아칠 자금여력이 있기 때문에 그 도전이 성공하기 어렵다.

또한, 보조금 한도가 사라지고 통신사업자간의 가입자 뺏어오기 경쟁이 심화되면 이통시장이 혼탁해졌다거나 보조금이 일부 고객에게 치중된다는 언론보도가 터져 나오고, 우리나라 통신시장이 정글로 변했다는 정치인들의 촌평이 그 뒤를 따르고, 여지없이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장 과열조사를 할 것이며 이동통신 3사의 사장을 모아 놓고 과열경쟁 방지를 주문할 것이다.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상대 고객 뺏어오기를 자제하고, 과열(?) 경쟁하지 말라는 것은 공개적으로 담합하라는 것이다.

결국, 새 국회가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하고, 자유경쟁을 과열경쟁이라고 매도하면서 이끌어 내는 정부주도의 담합을 못하게 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소비자가 시장의 승자를 결정하는 소비자 주권시대가 우리나라에서도 열리게 될 것이다.

권영선 KAIST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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