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신인류`를 이야기하자

권영선 교수님의 글이 디지털 타임스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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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제4차 산업혁명이 전 분야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해다. 금년 초에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우리는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그만큼 충격은 컸고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커졌다.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르치는 전산과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이처럼 2016년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자율자동차·스마트공장·가상현실 등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용어가 일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해였다.

제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요소기술과 그로 인해 나타날 혁신의 양태는 모두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의 경쟁자 또는 동반자로 인식되고 있고, 사물인터넷·자율자동차·스마트공장·가상현실은 인간의 생활환경 내지 생활방식의 변화와 관련돼 있다. 많은 책과 포럼에서 이들이 인간에게 가져올 혜택과 위험요소에 대해 논의됐다.

이러한 논의에서 빠져있는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인간 자체에 대한 논의다.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토론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는 암묵적인 전제가 바로 인간은 미래에도 현재와 같을 것이란 가정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보처리 능력에 있어서나 인간은 현재와 같은 자연인의 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가정이다.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과 인지능력을 초월하고 물리적인 힘에 있어서 인간을 초월하며 인간과 같이 대화하고 협업하고 경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에 대한 이야기는 있으나 미래 인간의 진화나 개조에 대한 이야기는 감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일부 생명공학 관련 연구에서 인간의 유전자 편집이나 조작을 통한 질병의 치료가 논의되는 정도일 뿐이다.

이처럼 인간 자신의 진화나 개조에 대한 이야기와 그런 진화된 인간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 또는 기존의 도덕관념에서 기인한 고정된 가치관 때문이다. 바로 인간의 생물학적 순수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류역사에서 수많은 고정관념이 깨진 것과 같이 인간의 생물학적 순수성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질 것이다. 한때 인간의 몸에 대한 수술은 금기시 됐었다. 죽은 인간의 몸을 해부해 보는 것도 불가능했었던 때가 있다. 1500년대 아직도 인간의 부활에 대한 믿음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던 시기, 시체를 해부하는 것은 금기시 됐다. 사체를 훼손하면 부활이 불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시체 해부가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부활하지 못하도록 부가된 형별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의학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부를 통해 인간의 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수불가결했다. 호기심 많은 의사는 시체를 훔쳐서라도 해부해 보고 싶어 했고, 한 때 시체가 불법으로 거래되기도 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외과수술은 인간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병을 고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단지 예쁜 외모를 갖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인간보다 훨씬 강한 기계가 인간의 능력과 지능을 초월하게 될 때, 인간도 생물학적 순수성만 신봉하며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기계의 특성을 인간의 신체에 적용해 인간의 신체능력과 지능을 향상시켜 나가야만 기계에 지배를 당하지 않고 동시에 인간의 생래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래적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 인간은 지구를 떠날 수 없다.

과학기술 발전사는 인간이 직면한 다양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의 역사였다. 향후 반백년의 역사는 바로 인간 자신의 진화와 개조를 통한 생물학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역사일 것이다. 신인류의 등장을 먼저 이야기하고 개척하는 국가는 번영할 것이다. 이제 신인류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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