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모순에 둘러싸인 새 정부 출발

채수찬 교수님의 글이 전북일보 경제칼럼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채수찬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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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직면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새 정부는 모순된 구조에 둘러싸여 출발하고 있다. 우선 총론에서 보면 적폐청산이라는 목표와 통합이라는 원칙이 서로 모순된다. 정권초기에는 적폐청산에 힘이 실리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득권 세력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정책의 준비와 실행에도 모순된 구조가 있다. 대선이 보궐선거로 치러졌기 때문에 팀을 만들어 정책을 세우는데 반년은 걸릴 것이다. 그런데 정치에서 한 가지 격언은 하고 싶은 일은 정권을 잡은 지 반년 내에 해치우라는 것이다. 그러니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실행해야 할 타이밍이 서로 모순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새정부와 같은 방향을 가진 정책전문가들과 당정이 함께 모여 정책입안과 실행을 병행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각론에서도 곳곳에 모순이 보인다. 먼저 외교안보정책을 보자. 대북정책에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핵무기개발을 막기 위한 제재가 모순된다. 대중, 대일 외교에서도 마찬가지로 관계개선이 필요하나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등 현안문제들을 놓고 날카롭게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는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볼 수 있고 장기적 안목을 지닌 전략가들이 대통령을 보좌하여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정책을 보자. 진보성향의 새정부는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일자리도 만들고 소득 양극화 문제도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로 나라 전체의 일자리를 늘릴 수 없고, 기술혁신과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해법도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벌개혁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권핵심층의 미온적인 태도로 진전되지 못했고, 그 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재벌문제는 더 악화하였는데, 이번 정부에 적극적인 개혁의지가 있는 지 아직 분명치 않다. 산업구조조정 문제에도 정부개입과 시장원리 사이에 딜레마가 있다. 심지어는 거시금융정책에서도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높여야 할 지 계속 동결해야 하는 지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위에 언급된 문제의 일부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번 정부처럼 다중적인 모순들에 둘러싸인 경우가 없었다.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도 헤쳐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새정부는 취약한 정치 기반을 갖고 있다. 중도 정당의 약진과 보수 정당의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로 정권은 비교적 쉽게 획득하였지만, 여소야대의 다당구조 아래에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연정 구조도 아직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대선에서 밀린 보수세력은 이런 상황을 내심 다행스럽게 여길 것이다. 새정부가 하고 싶은 일은 있어도, 세상을 크게 변화 시킬 수 있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집권세력은 집권이 확실해지자 통합을 표방하긴 했으나 원래 편가르기 하는 성향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중도세력을 포함한 우군을 얻기도 쉽지 않다. 새정부를 뒷받침할 안정적 정치 세력 확보가 당분간 어렵다는 말이다.

정책의 문제든 정치의 문제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새정부에 있다. 그러나 나라가 잘못되면 모두가 실패자가 된다. 나라가 잘 되려면 정부가 잘 돼야 한다. 지난 탄핵 사태 처럼 정권의 무능과 일탈이 도를 넘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다수 국민이 판단하는 경우가 아닌 한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모두 도와야 한다. 이번 집권세력이 난제에 둘러싸인 소수정권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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