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탈추격형 성장전략` 필요하다

정재용 교수님의 글이 디지털 타임스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정재용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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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개시 이후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선진국에서도 놀라움과 감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우리의 놀라운 성장은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한 기술을 재빨리 습득하고 이를 개선·개량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능적으로 차별화한 제품을 개발하는 ‘추격형 혁신전략’에 의해 달성됐다.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대기업 조직의 육성, 선진기업으로부터의 기술도입과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참여를 통한 빠른 모방학습, 대기업-중소기업 하청 관계, 공공연구기관을 매개로 한 기반기술의 공동학습 조직화 등을 통해 국가 차원의 산업혁신이 이뤄졌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세는 2000년대 이후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2011년을 기점으로 주력산업 부문에서조차 성장세가 크게 낮아지거나 감소하고 있다. 성장세 둔화와 함께 양극화, 비정규직 양산과 실업률 증가 등 고용의 질 악화,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의 성장 한계, 신산업부문 육성 지연 등 국민경제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동력 또한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연구개발투자의 지속적 증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집약도를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혁신 성과, 혁신주체 간 기술이전 및 협력, 사업화 성과 등에 있어 정체현상을 보이는 ‘한국형 패러독스’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는 추격형 혁신의 경제 성장 촉진 잠재력이 급속히 고갈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성장잠재력의 고갈은 이전 단계까지 효과적으로 작동했던 추격형 혁신시스템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시스템 실패로부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산업 고도화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산업고도화는 다음과 같이 추격형 성장전략의 한계를 넘어선 ‘탈추격형’ 성장전략을 통해 가능하다.

첫째,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꾸준히 신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그 성과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산업 육성을 추진해 온 방식이 기존의 추격형 혁신에서 취해왔던 방식은 아니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신산업은 연구개발 집약적, 수요기반적, 융·복합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전문가와 정부관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하향식 기획과 단기성과 창출중심의 실행방식에 의해 육성되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 등 다양한 경제주체의 형성, 기술혁신 주체 간 협력과 기술확산, 장기 사회·경제적 효과 창출을 위한 기초연구능력의 형성 등 기본에 충실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혁신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조직 및 제도혁신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신산업부문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활동을 동반하기 때문에 잠재적 수요에 대한 정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거나 시장을 만들어낼 때 필요한 규제, 표준, 인증 등의 비기술적 측면, 즉 제도혁신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추격혁신전략에서 유효했던 기술 공급 중심적 접근만으로는 신산업부문 육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추격혁신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제조업 혁신과 함께 서비스 부문의 혁신에 대한 관심 또한 필요하다. 특히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제조업의 서비스화, 비즈니스의 재조직화와 경영혁신 등 서비스 혁신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혁신에 대한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조직혁신이나 제도혁신과 같은 보이지 않는 혁신은 어렵지만, 추격성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셋째, 다양한 가치를 통합할 수 있는 포용적 산업혁신이다. 그동안의 산업혁신이 수직계열 하청 관계를 통한 벤처·중소기업 혁신의 단기적 소비, 높은 자동화율에 따른 숙련의 배제와 노동의 분절화 등을 내재적 메커니즘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추격형 성장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산업혁신이 소수를 위한 경제적 부의 창출과 승자독식으로부터 ‘모두를 위한 공정한 혁신’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국민경제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새로운 탈추격형 성장모델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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