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로레이팅, 장단점 면밀히 살펴볼 때

권영선 교수님의 글이 디지털 타임스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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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가계통신비 인하 문제와 맞물려 제로레이팅 정책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제로레이팅 제도의 장단점과 관련한 논의는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고 다양한 파급효과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에서 신행정부 출범 이후 망중립성 정책을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도되면서 제로레이팅 제도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고, 지난 8월초 독일의 파사우에서 개최된 유럽지역 국제통신학회(ITS)에서는 제로레이팅과 관련된 특별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었다.

제로레이팅 제도는 특정 서비스 이용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요금을 내지 않고 서비스 제공자가 대신 비용을 지불하는 요금제도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월정요금을 내고 일정분량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고, 그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게 되면 초과 사용량에 비례해서 부과되는 추가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제로레이팅 제도가 도입되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월정 데이터량의 감소 없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그 만큼 요금부담이 감소할 여지가 발생한다. 물론 매월 주어진 사용량 이내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요금부담 감소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모바일게임 사업자가 게임 이용자가 발생시키는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요금을 통신사업자에게 대신 납부하는 경우로서 소비자에게 게임사업자가 동 금액만큼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제로레이팅 제도를 사업자후원 데이터이용(sponsored data) 제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로레이팅 제도는 이처럼 특정 서비스 이용자의 요금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매출액 성장에 기여할 수 있고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에게 추가적인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신요금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차별화된 프리미엄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고 소비자후생이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금인하의 경우와 같이 모든 소비자에게 그 혜택이 보편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인터넷 콘텐츠 시장에서 이용자 쏠림현상을 강화시켜 자본력이 큰 지배적 사업자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터넷은 빠른 기술진보로 인해 다양한 혁신적 서비스가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는 동적인 생태계다. 따라서 제로레이팅 제도를 통해서 통신사업자와 규모가 큰 콘텐츠 사업자가 서로 전략적으로 협력하게 되면 인터넷 생태계의 활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반대론자의 주장이 아직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로레이팅 제도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그러한 우려는 기우이고 실제 제도를 실행해보고 이후 부작용이 발생되면 경쟁정책기관이 사후규제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되지 현재와 같이 사전규제를 통해 제도도입 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주장을 한다. 그러나 사후규제를 통한 시정에는 불공정 행위의 인지에서 시정조치 부과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동태적으로 변해가는 인터넷 생태계에서의 경쟁보호에는 부적합 하다는 반론 또한 타당한 주장이다.

이처럼 제로레이팅 제도는 전통적인 개방인터넷 정책의 근간을 해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력 있는 언론매체에 의해 이용될 경우 언론의 다양성을 해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잠재적 위험성 또한 갖고 있다.

제로레이팅 제도는 일부 소비자의 데이터 이용요금을 낮추는 제도라는 단순 논리로 받아드릴 제도가 아니고 경제적·사회적·정치적 파급효과가 큰 제도인 만큼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채택여부가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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