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의 ‘근적개화’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매일경제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윤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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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비단 변화의 속도만이 아니다. 변화의 방향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많은 기업은 방향도 모른 채 변화에 쓸려갈 위기에 처해 있다.

인공지능이 대세라면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핀테크가 핵심이라면 핀테크를 도입하겠다고 나선다. 빅데이터도 필요하고 사물인터넷에 로봇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다. 인공지능이든 핀테크든 기술 자체가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술을 활용한 기업이 사업을 통해 변화를 주도한다. 사회가 크게 변하는 배경에는 소수의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이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주도하면 나머지 기업은 뒤따라가거나 사라진다. 변화를 주도하고 사업에 성공한 기업은 과실을 독차지한다. 그러므로 기업이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려고 노력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뒤를 돌아보면 우리나라 기업 역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의 형태는 제품혁신이라는 과정과 경제성장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를 함축하는 두 가지 표현이 있다.

첫째, 중후장대(重厚長大). 무겁고 두껍고 길고 커다란 제품에 혁신을 거듭해 경제성장의 기초를 닦았다. 세계 1위의 조선 국가가 됐으며 석유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철강 역시 월계관을 쓸 만하다. 이들 제품은 여전히 경제와 수출에서 빼놓을 수 없다. 둘째, 경박단소(輕薄短小).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제품 역시 혁신을 거듭해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세계 10위권으로 올려놓았다. 스마트폰과 반도체는 세계 1위권을 유지하며 경제와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이 주도하던 시대는 끝이 보인다. 사회혁신과 제품혁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타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1인용 제품이 생기고 이런 제품으로 인해 1인 가구를 시작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현상을 봐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제품혁신에만 몰두하던 기업으로서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알아채기 어렵다. 이런 시기에 생각해볼 만한 화두로 근적개화(根適個和)를 제안한다. 뿌리를 깊게 내리고, 항상 다른 꽃을 피우고, 나만의 향기를 내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다.

근(根). 사업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버리지 않는다. 근간이 되는 사업의 뿌리를 깊게 내려 어지간한 변화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체질을 만든다. 동화약품은 100년 이상 활명수 제품을 생산하며 흔들림 없이 성장하고 있다. 지멘스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해 제조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내가 잘 아는 분야의 사업만 하거나, 좁은 범위에서 독점적인 사업을 영위하여 뿌리를 깊게 내린다.

적(適). 지속적으로 변신하며 적응한다. 두산그룹은 식음료에서 기계제조업으로 변신해 경제위기를 넘겼다.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업으로 변신한 GE나 서비스업으로 변신한 IBM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사업 모델을 바꾸거나 매수·합병도 필요하다. 매일 공부하며 조금씩이라도 개선한다.

개(個). 외로운 늑대가 되어 무리를 벗어난다. 닛케이트렌디에 따르면 과거 30년간 일본 히트 상품 50개 중에서 우리나라와 관련된 상품은 두 가지다. 메신저인 라인과 드라마인 `겨울 소나타(겨울연가)`. 라인으로 인해 사회는 크게 바뀌었다. 겨울 소나타는 지금까지 없던 한류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전 세계 음악계를 강타한 싸이와 방탄소년단 역시 외로운 늑대처럼 나타나 K팝으로 사회를 바꾸고 있다. 벤처기업에 기대하는 바 역시 마찬가지다. 나만의 향기로 세상을 바꾸라는 주문이다. 그러려면 이 세상을 좋게 바꾸겠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화(和). 주변과 조화를 이뤄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한다. 그 결과 다 함께 잘살아야 한다. 고객과 기업이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기업이 산학협력을 통해 인재 양성에 기여하거나 지역정부와 힘을 합쳐 지역 활성화에 앞장서는 활동도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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