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신뢰 없이 공유 없다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매일경제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윤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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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영국 왕립자동차클럽재단이 전 세계 84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승용차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61분이다. 하루의 4%는 운행하고 나머지 96%는 주차장에 세워둔다. 2013년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비사업용은 35.8㎞이며 사업용은 133.8㎞다. 주행 중인 자동차 좌석이 꽉 차는 경우는 20% 정도라고 한다.

이런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자동차 수용 능력에는 커다란 여분이 있다. 여분의 자원을 공유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공유경제라고 한다. 공유경제에서는 굳이 자원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자원이 필요하면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빌려서 사용하면 된다. 공유경제는 자동차를 포함해 자전거, 숙박시설, 장비, 의복 등 다양한 자원에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은 공유경제에 긍정적이다. 공유경제 이야기가 나오면 누구나 평론가가 돼 장점을 말한다. 차량 공유 역시 경제적으로 이익이니 주저하지 말고 이용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승객이 내 가족이라면 평가가 달라진다. 신뢰할 수 없다면 이용하지 말라고 한다. 가족의 안전은 경제적 이익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내 가족이라도 마찬가지다. 신뢰할 수 없으면 그만두라고 한다.

공유경제는 경제적인 이익을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공유경제를 환영하지는 않는다. `신뢰` 때문이다. 신뢰란 `미래에 상대방이 의도한 대로 행동할 것으로 믿는 의지`다. 신뢰는 상대방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행한 행동의 결과와 함께 미래에 행할 예정인 행동으로 예상되는 결과까지 포함한다. 신뢰는 미래 시점에 방점을 둔다.

공유경제는 자원, 자원 제공자, 자원 소비자로 구성된다. 차량 공유라면 자동차, 운전자, 승객이 각각에 해당한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 자동차 공유 계약이 이뤄질 수 없다. 승객은 운전자를 신뢰하지 않으면 차량에 탑승하지 않는다. 타이어가 터졌거나 엔진룸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등 자동차를 신뢰하지 않으면 탑승하지 않는다. 운전자 역시 신뢰할 수 없는 자동차라면 처음부터 운행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없는 승객이라면 탑승을 거부할 수도 있다. 자동차 입장에서도 신뢰는 중요한 문제다. 자동차는 운전자와 승객을 신뢰하는 경우에만 운행과 탑승을 허락한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거나 심신미약 상태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승객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운행을 멈춘다.

공유경제는 참여가 쉽기 때문에 누구나 제공자가 될 수 있고 동시에 소비자도 될 수 있다. 상반된 입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신뢰다. 신뢰가 없으면 공유도 없다. 신뢰는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할까. 자원, 자원 제공자, 자원 소비자는 계약 한 건이 끝날 때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각각 평가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서 하나의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이를 신뢰지수라고 한다. 신뢰지수를 계산하기 위해 기본, 능력, 의도로 구분된 다양한 데이터를 지표로 사용한다. 신뢰지수는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 달라지며 계약마다 새롭게 계산된다. 신뢰를 숫자로 나타내면 활용 범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데 계약의 판단 자료로 삼는 건 가장 기본에 속한다. 신뢰지수를 관리하는 조직도 필요하다.
서로를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면 공유경제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자동차 공유라면 자동차는 주차장에 서 있는 대신 하루 종일 운행한다. 운전자는 안전하게 운전하며 승객에게 불쾌한 언행을 하지 않는다. 승객은 자동차를 깨끗하게 이용하며 운전자에게 위험을 가하지 않는다. 이런 활동은 모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어난다. 공유경제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시작도 하지 못한다. 공유경제는 신뢰가 있어야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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