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미래기술을 예측하는 방법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매일경제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윤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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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은 1년 내내 전문가의 의견이 매스컴을 가득 채웠다. 세기가 바뀌면 컴퓨터 시스템에서 에러가 발생하고 그 결과 인류에게 치명적인 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전문가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 믿는 그룹과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는 그룹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느낌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했다. 2000년이 되고 보니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1년 후 미래라도 막상 닥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미래 기술을 알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다 보니 많은 연구기관에서 미래 기술을 예측하고 소개한다. 벤처캐피털도 자신이 투자한 벤처기업을 소개하면서 미래 기술이라며 사족을 단다. 실제로 모든 기술을 다 아는 사람도 없고 그런 기업도 없다. 더군다나 미래 기술이라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게 불가사의할 정도다. 미래 기술이라면서 상상이나 희망을 말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미래 기술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전문가 의견을 듣고 연구기관 보고서를 참고한다. 전문가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모르는 내용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다. 과학적이나 경제적인 근거를 댈 수 있다. 설령 경험이나 감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근거를 댈 수 없다면 알고 있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기술이라도 전문가가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은 알고 있는 내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전문가들이 모여서 미래 기술을 예측하면 그 결과는 대개 기술로드맵 형태로 나타난다. 기술로드맵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조감, 예측, 관련, 시간이다.

조감이란 기술을 크고 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어에 관한 특정 기술이라면 제어만이 아니라 자동차 전체에 관한 기술 변화를 봐야 한다. 예측이란 확정이 아니라는 의미다. 기술로드맵에 나타난 미래 기술은 어디까지나 전문가 관점에서 바라본 예측에 불과하다. 기술과 기술이 상호 작용하면서 미래 기술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기술 간 관련도 중요한 요소다. 시간은 기술로드맵이 바라보는 미래 시점을 말한다. 아무리 멀어도 향후 20년 정도가 적당하다.

기술로드맵은 많은 전문가가 참여해 오랜 시간 논의한 결과다. 작성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정부기관이나 업계 단체에서 주도한다. 기술로드맵은 작성하고 공개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기업에서 기술로드맵을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미래 기술을 예측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첫째, 추종자 방식이다. 가만히 앉아서 정답을 얻으려 한다. 미래 기술을 예측하는 방법에도 정답이 있다고 믿는다. 권위자가 한 말을 정답이라 믿고 그대로 따라간다. 추종자 기업은 기술로드맵에서 예측한 미래 기술을 그대로 복사하고 오려 붙여서 사용한다.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지에는 관심이 없고 특정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만 알려고 한다.

둘째, 추격자 방식이다. 미래 기술을 예측하는 방법에 정답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답처럼 보이는 답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답을 구하러 바쁘게 다닌다. 추격자 기업은 전 세계 유명한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동향을 분석한다. 어느 기업이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궁금한 마음에 국제 전시회나 세미나에는 빠지지 않고 참가한다.

셋째, 선구자 방식이다. 이들은 미래 기술을 예측하는 방법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스스로 궁리해서 답을 만들어간다. 선구자 기업은 데이터를 활용해 가설과 검증을 반복한다. 미래 기술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특정 기술이 문제가 된다면 근본적으로 이 기술은 어떤 기술인지, 이 기술은 왜 필요한지 생각한다.

기술 개발이 공격이라면 기술 예측은 방어다. 공격과 방어에 모두 능한 기업은 미래에 어떤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어떻게든 기업은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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