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그 기술을 사랑하게 해주오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매일경제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윤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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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지역에 그 시대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기술이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이 그러하다. 모두 다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술이다. 스마트시티는 또 어떤가.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92%는 도시에 거주하니 대부분 국민에게는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기술이다.
수소 기술도 있다. 우리나라는 수소 경제를 꿈꾼다. 수소를 에너지로 하는 산업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당연히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여러분은 기술을 사랑하는가.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기술인데 이런 기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느냐는 대답을 기대하는 질문이다. 내가 기술을 사랑하지 못하는 책임은 기술에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다.

세상에는 많은 기술이 있고 우리는 많은 기술의 고객이다. 고객은 기술에 문외한이지만 그 기술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기술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개발자, 자금, 경영자, 파트너, 초기 고객과 같은 많은 자원이 필요한데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고객의 사랑은 이런 자원을 쉽게 모아준다.

기술이 고객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세 단계 작업이 필요하다. 관심, 표현, 교류다. 세 단계 모두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주체가 이끌어가야 하는 작업이다.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고객은 기술을 사랑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첫 번째 작업은 관심이다. 기술을 유명하게 해서 고객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기술이 유명해지려면 사건, 사상, 사람의 곱셈이 필요하다.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화제, 사상은 기술이 세상에 던지는 질문, 사람은 당사자 의식과 생활감을 말한다. 고객의 관심이 없으면 기술은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다. 세상에는 성장을 원하는 기술이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다 성장할 수는 없다. 중간에 사라지는 기술이 태반이다. 기술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고객이 관심을 가지는 기술에만 자원이 모여든다.

두 번째 필요한 작업은 표현이다. 기술이 어떻게 성장할지 표현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기술을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알아듣기 어렵다. 하지만 40년 전에 나온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에 나오는 `키트`를 보면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슈퍼맨, 아이언맨, 6백만불의 사나이처럼 공상과학영화 한 편이면 기술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영화나 만화는 기술을 표현하는 데 아주 좋은 도구다. 그러나 영화나 만화는 제작하는 데 시간이 들고 돈도 든다.

여기에 간단히 추가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 초단편소설이다. 본 칼럼과 비슷한 분량인 2000자 정도 소설인데 길어야 3000자 정도다. 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초단편소설 한 편을 신문에 매주 싣는 방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이런 내용이다. 기술로 세상을 좋게 만들려는 개발자가 있고 기술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당이 있다. 개발자가 수세에 몰리지만 주인공이 활약해서 악당을 물리친다. 이런 초단편소설을 통해서 `있을 수 있는 기술, 있기를 바라는 기술, 있어야만 하는 기술, 있으면 안 되는 기술`을 표현할 수 있다.

세 번째 작업은 교류다. 기술과 고객은 수시로 만나서 교류해야 한다. 공항이나 터미널처럼 고객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교류에 적합하다. 여기서는 기술을 전시하는 게 아니다. 고객이 직접 만져보고 던져보고 뒤집어 보는 장소다. 로봇이 있으면 발로 차보고 밀어본다. 드론이 있으면 던져보고 물에 넣어본다. 자율주행차가 있으면 그 앞에 우산을 던져본다.

기술과 고객이 함께하는 놀이다. 아이들이 놀이하면서 크듯이 기술도 놀이하면서 성장한다. 고객은 기술을 사랑하고 싶다.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기술이니까 무관심보다 사랑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기술이여. 부디 그대를 사랑하게 하여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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