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덧셈하는 기업 vs 뺄셈하는 고객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매일경제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2/142903/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상품을 팔아야 한다. 마땅한 상품이 없는 기업이라면 미래의 희망이나 흥미로운 꿈이라도 팔아야 한다. 팔 수 없어서 고민하는 기업은 있어도 팔 수 있는데 고민하는 기업은 없다. 하나라도 더 많이 팔기 위해 기업은 끊임없이 상품을 개발한다.

핵심은 덧셈이다. 기업은 덧셈으로 경쟁한다. 상품에 이것도 더하고 저것도 더한다. 덧셈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기능을 더하고 종류를 더하고 옵션을 더한다. 기업의 덧셈은 경쟁 기업이 금방 모방한다. 경쟁 기업은 이것과 저것을 바탕으로 그것까지 더하는 새로운 덧셈을 한다. 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번에는 비교가 더해진다. 경쟁 상품과 비교해 신상품은 이것을 더 많이 하고, 저것을 더 크게 하고, 그것을 더 오래 한다는 식이다. 경쟁에는 순서도 더해진다. 가장 먼저라거나 처음이라면서 순서를 더한다. 세계 최초라는 덧셈이 가장 좋다. 하다못해 업계 최초라는 덧셈이라도 해야 한다. 기존 상품에 덧셈이 많아질수록 획기적인 신상품이라 부른다. 기업이 신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점점 더 설명이 길어진다.

덧셈에는 기술도 빠질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이거나 유명한 기술일수록 덧셈에 유리하다. 신상품은 인공지능을 더함으로써 더 복잡한 형상을 더 정확하게 인식한다고 설명한다. 블록체인을 더함으로써 더 많은 자료가 더 오랫동안 일관성을 담보한다고 설명한다. 요즘에는 인공지능, 로봇, 블록체인, 사물인터넷을 더하는 게 유행이다. 가능하다면 바이오 기술도 더하고 나노 기술도 더한다. 핀테크에 가상현실에 숙면 기술까지 눈에 띄는 기술을 모두 더한다. 세상에 알려진 기술을 더한 후에는 새로운 기술을 찾는다. 기업이 모르는 사이에 새롭게 탄생한 기술이 있는지 국내외 전시회를 샅샅이 뒤진다. 미래에 어떤 기술을 더해야 할지 항상 궁금하다. 덧셈은 기업을 바쁘게 한다.

기업은 무엇에 무엇을 더할지 끊임없이 궁리하지만 이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경쟁 기업이 아직 실행하지 않은 덧셈을 하려면 발명에 가까운 창의가 필요하다. 어렵게 나온 창의가 반드시 상품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설사 상품으로 연결된다 해도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쉬운 덧셈을 택한다. 경쟁 기업이 이미 실행해 성공한 덧셈을 그대로 모방하는 방식이다. 차별화를 명분으로 여기에 작은 덧셈을 하나 덧붙인다. 모방과 작은 덧셈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는 비슷한 상품이 넘쳐난다.

기업이 바라보는 맞은편에는 고객이 있다. 기업은 상품을 소개하면서 여기에 얼마나 많은 덧셈이 추가됐는지 강조한다. 덧셈에 감동한 고객이 상품을 구입해주기를 바란다. 상품을 앞에 두고 고객 역시 셈을 한다. 어느 기업의 어느 상품을 구입할지는 고객 셈법의 결과다. 바로 여기에 기업의 딜레마가 있다. 고객의 셈법은 뺄셈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덧셈을 해서 상품을 개발하면 고객은 뺄셈을 해서 구입 여부를 판단한다.

기업의 덧셈은 복잡하지만 고객의 뺄셈은 단순하다. 하나의 접두사를 향한다. 불(不). 고객은 단어에서 한 글자를 빼려고 한다. 고객은 불안, 불만, 불신, 불통을 느끼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불(不)을 빼면 안심, 만족, 신뢰, 소통이 된다. 기업이 아무리 많은 덧셈을 강조해도 고객은 뺄셈을 중시한다. 반드시 뺄셈이 되어야 상품을 구입한다. 더 많은 뺄셈에 성공한 상품일수록 더 많은 고객이 구입한다.

지금까지 기업은 경쟁 기업의 덧셈을 관찰하고 새로운 덧셈을 궁리했다.

덧셈은 기업의 습관적인 상품 개발 전략이다. 지금부터 상품 개발은 뺄셈이어야 한다. 기업은 고객의 불(不)에 집중하고 뺄셈으로 제거해야 한다. 기업이 상품을 팔고 싶다면 지금 당장 덧셈을 버려야 한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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