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기술 과신’ 실체 드러낸 코로나 백신

매일 경제에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실렸습니다.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12/1311657/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한다거나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한다는 뉴스를 거의 매일 접하는 시대다. 로봇이 집까지 상품을 배달하며 드론 택시를 타고 하늘로 이동하는 시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뉴스도 흔하다. 이런 시대이다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해도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현대의 기술이라면 답을 금방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사람들은 기술을 지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화이자를 비롯한 몇 개 기업이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할 때까지 약 1년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신약 개발에 이은 승인과 사용까지 적어도 5년은 걸렸으니 이번 문제에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답을 찾았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생계가 막막해지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기술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바로 여기에 기술이 처한 어려움이 있다. 기술의 실제 수준과 기대 수준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간격이 있다. 시간 간격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기업의 과대 홍보와 언론의 과장 보도가 있다. 기술에 거는 과다한 기대 역시 원인 중 하나다.

기술은 지성으로 태어난다. 기술을 연구하고 상품을 개발하며 생산하는 과정을 적절하게 진행하기 위해 기업은 경영전략을 세우고 기술혁신에 매진한다. 모두 지성에 기반해서 이뤄지는 과정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최적이라고 평가된 답을 만든다. 기능은 엄격하게 설계되고 상품은 완벽하게 제조된다. 품질에 이상이 없고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기술은 투입한 자원에 비례해서 답을 내놓지만 가끔은 돌연변이처럼 획기적인 답을 만들기도 한다. 기업이 자랑하고 언론이 소개하는 바로 그런 성과다. 이런 성과에만 집중하면 기술의 시간 간격을 오해하기 쉽다.

새로운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니 어떤 기술이 나와도 위화감이 없다. 화이자는 백신 개발에 mRNA 방식을 처음 사용했는데, 이 방식은 항원을 체내에 직접 투여하지 않는다. 백신을 체내에 투여하면 단백질이 생성되고 면역체계가 이를 인식해서 항체를 생성한다. 처음 시도되는 기술이지만 사람들은 그저 새로운 기술이 또 하나 등장했다고 느끼는 정도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자신이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시기와 비용이다. 백신이 어떤 기술을 사용했건 기술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기술이 세상에 보급되려면 감성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기술을 방정식이나 이론으로 이해하지 않으며 재료나 물성으로 평가하지도 않는다. 금속을 절단하거나 용접하는 공정을 떠올리고 기계 기술을 차갑게 느낀다면 이는 감성의 문제다. 합성과 분석을 떠올리고 화학 기술을 복잡하게 느껴도 감성이다. 우주 기술은 로켓과 인공위성을 떠올리며 웅장하게 느낀다. 지성에 강한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감성에 강한 기업은 기술을 상품으로 연결하고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기술이 세상에 보급되려면 기업은 지성과 감성이라는 서로 다른 관점으로 기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의 지성만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감성으로도 기술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의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이해하려면 기술을 주요한 소재로 사용한 초단편소설을 쓰는 방법이 좋다. 인공지능 로봇이 제조 현장에서 사람과 협업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면 기술은 물론이고 로봇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의 감성도 이해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를 타고 세계 일주하는 소설을 쓴다면 기술과 여행자의 감성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내용이 어색하고 서술이 미흡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초단편소설을 쓴다면 기술의 시간 간격도 이해할 수 있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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