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Challenge of Information industry and Fixed-cost economy

채수찬 교수님의 글이 서울경제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19)채수찬 교수님

원본링크 바로가기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누구나 혁신을 통한 성장과 공평한 분배를 말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직면해 있는 현실을 보면 해결책은 간단하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1950~1960년대 4~5%, 1970~1980년대 2%, 1090~2000년대 1% 정도다. 성장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성장률 감소와 고령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을 보면 1950~1960년대 4%, 1970~1980년대 3%, 1990~2000년대 2% 정도다. 지난 30여년간 미국이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 성장률이 1% 정도 높은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의 혁신의 성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서 또 그에 따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체제의 변화가 요구되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19세기와 20세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중심 산업이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바뀌었고 21세기에는 정보 기반 산업으로 또 바뀌고 있다. 정보 기반 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이 새로운 현상을 불변 비용(fixed cost) 경제라고 이름 붙여도 될 것 같다. 불변 비용 경제에서 자유 시장 경제는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새로운 집단 의사결정 방식과 새로운 분배 제도를 찾아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보 기반 산업의 예로는 소프트웨어(SW), 첨단기술, 영화 산업 등을 들 수 있다. 이 산업들이 공급하는 상품의 공통된 특징은 개발 비용이 높고 소비자 접근 비용이 낮은 데 있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개발 비용은 크나 10만명이 관람하나 1억명이 관람하나 접근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비용의 대부분이 상품의 질(quality)을 높이는 비용이며 양(quantity)을 늘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작다.

정보 기반 상품의 가격은 사용자 수가 많을수록 낮아진다. 개발 비용을 사용자 수로 나눈 1인당 개발비가 가격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시장 경제의 틀이 전혀 달라진다는 데 있다. 개별 기업이 가격에 따라 생산량을 결정하는 공급곡선이 없기 때문이다. SW와 반도체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은 세탁기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불변 비용 경제에서는 상품 시장뿐 아니라 자본과 노동 같은 생산요소 시장에도 변화가 생긴다. 생산요소들 간의 소득 배분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에서 이뤄지기보다 이해 당사자들 간의 협상에 따라 이뤄지는 부분이 많아진다. 이에 따라 자유 시장 경제의 난제인 자본과 노동 사이의 공평한 배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더 복잡해진다. 노동 시장만 보더라도 정보 기반 상품을 개발하는 회사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품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소수의 사람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 간에도 소득 양극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투자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성공을 거둔 소수 기업의 이익은 엄청나게 크지만 모든 첨단기술 투자, 모든 SW 투자, 모든 영화 투자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 투자자들이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집단 투자 방식인 기금(fund) 투자로 갈 수밖에 없다. 기업가들도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 비용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와 위험공유(risk pooling) 사이의 균형이 요구된다.

경제 전체로 보면 시장보다 공공 부문의 역할이 커지고 비중앙화된(decentralized) 분산적 시장에서 중앙화된(centralized) 집중적 시장의 형태로 진화해 ‘시장 메커니즘’보다 ‘정치 메커니즘’의 비중이 커진다. 새로운 형태의 시장 경제에서는 개인들 사이의 거래보다 집단 안에서 그리고 집단 사이의 집단적 의사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0 replies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