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모든 기술은 혁명을 꿈꾼다

매일경제에 윤태성 교수님의 글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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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5/539684/

 

기술자 제임스 왓슨이 진화시킨 증기기관 기술을 경영자 매슈 볼턴이 상품으로 개발하면서 제1차 산업혁명은 시작되었다. 상품은 탄광에서 팔리기 시작해 공장, 철도, 선박으로 점점 수요가 늘어났으며 그 결과 증기기관 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였다. 대량생산 기술을 자동차와 항공기 제조에 사용하면서 시작된 제2차 산업혁명이나 인터넷 기술을 개인용 컴퓨터에 활용하면서 시작된 제3차 산업혁명 역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세상을 바꾸었기에 혁명이라고 부른다. 산업혁명은 기술에서 시작되지만 완성하는 주체는 시장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기술은 어떤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드론, 자율주행, 블록체인, 로봇, 클라우드, 가상현실, 5G 통신 등 많은 기술이 혁명을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이 순간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조용히 관심에서 사라지고 전혀 뜻밖의 기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모든 기술은 혁명을 꿈꾸지만 길은 험하다. 적어도 네 단계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1단계. 기술을 창조한다. 어느 순간 누군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창조는 시작된다. 기술 창조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나 위기감이다. 어느 시대에나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 기술을 창조한다. 지금처럼 유행병이 사회를 위기에 빠뜨리는 환경 역시 기술 창조에는 좋은 기회다. 문제는 실행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가장 먼저 특허를 출원하거나 논문을 발표한 사람이 창조자다.

2단계. 기술이 진화한다. 창조된 기술은 기존 기술과의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 경쟁을 통해서 진화한다. 플러스 경쟁은 예를 들어 인원을 더 많이 운반하는 수송 기술, 높이를 더 높게 하는 건축 기술, 데이터를 더 많이 보내는 통신 기술, 부피를 더 크게 하는 포장 기술이다. 마이너스 경쟁은 예를 들어 소리를 더 작게 하는 소음 기술, 무게를 더 가볍게 하는 재료 기술, 굵기를 더 가늘게 하는 가공 기술, 깊이를 더 깊게 하는 탐사 기술이다. 천 년 전에 창조된 나사 기술이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듯이 기술 진화에는 한계가 없다. 기술이 창조된 시점에는 아이디어는 혁신적일지 몰라도 상품에 즉시 사용할 정도의 수준은 되지 못한다. 기술이 충분히 진화해야 상품에 사용할 수 있다.

3단계. 상품을 개발한다.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이 아니라 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기업도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기업은 사회에 완전히 침투한 투명기술을 먼저 고려한다. 뒤를 이어 국제표준 기술, 디펙트표준 기술, 타사가 보유한 특허기술의 순서로 고려한다. 새로운 기술이 상품에 사용되려면 어느 정도 투명해져야 하는데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흐름에 변화는 있다. 기술 창조에서 상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18세기에 발명된 사진 기술은 112년이 지난 후에 상품이 시장을 향했다. 19세기에 발명된 전화는 56년, 라디오 35년, 레이더는 15년이 걸렸다. 20세기에 발명된 TV는 12년, 트랜지스터 3년, 액정은 3년이 걸렸다. 기술을 창조하면서 동시에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향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4단계. 시장을 창조한다. 통과하기 가장 어려운 단계다. 세계 최초라거나 최고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기술만으로는 혁명하지 못한다. 기술 관점을 버리고 철저하게 시장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기술을 창조하기는 어렵다. 상품을 개발하기는 더 어렵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더군다나 성공까지 한다는 결과는 기적에 가깝다. 만에 하나 기적을 이룬다면 바로 그 기술이 새로운 산업혁명의 주인공이다. 혁명을 주도한 기술로 역사에 남는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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