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교수님 (디지털산책))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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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SNS, 집단지혜 발휘하고 있는가

이덕희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입력: 2012-02-01 21:23

[2012년 02월 02일자 22면 기사]

 

 

 

 

인터넷에 들어가기가 무섭다. 그러면서도 습관적으로 들어가게 되고 또다시 `자제하자’ 하고 나온다. 정보를 접하게 되면 유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뒷맛이 씁쓸해지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남의 말이라고 너무 쉽게 얘기를 한다. 너무 쉽게 비난하고 너무 쉽게 상처받는다. 발 없는 말이 날개를 달아 주체를 못하고 있다. 어느새 우리는 너무 쉽게 말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말은 원래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그 만큼 쉽다는 것인데, 쉬운 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그래서 옛말에 용언지근(庸言之謹)이라 하여 `말은 그 삼가 함에 쓰임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침묵의 지혜를 조화롭게 받아 들여야만 말의 쓰임이 온전해진다. 말하여 지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는 겸손하여야 한다. 어쩌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신의 영역일지 모르기 때문이다.경제학에서 조차 그간의 사변적, 신화적 경제이론의 한계를 행동적, 인간적 경제이론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시도가 일어나듯 우리는 말의 불완전성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실 행동도 삼가 해야 할 대상이거늘, 하물며 말은 더더욱 삼가의 대상이다. SNS가 침묵의 공간을 협소하게 만들고, 그 곳을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이 앞 다투어 차지하고 있다.

결국 속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쉽게 얘기한다는 것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는 시간 단축을 의미한다. 짧은 시간 내에 대량의 정제되지 않은 정보 전달이 가능하고, 이를 접한 사람들은 짧은 시간 내에 유사한 반응을 보이면서 순식간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이는 좋은 정보에도 똑같이 적용되겠지만,요즘처럼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여 특정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기 쉬운 시기에는 나쁜 의도의 정보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확대 재생산될 확률이 훨씬 높다. 따라서 거래비용이 낮다는 것은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와 영역에서 어떤 임계점을 넘어가게 되면 소위 포지티브 피드백(수확체증원리)이 강하게 작용하여 시스템 전체가 매우 불안정하게 되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마치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에서 오르막이나 사고로 병목 현상이 생기면 체증의 꼬리가 매우 빠르게 형성되어 속도 제한이 있는 도로보다 교통체증의 강도가 훨씬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마찬가지로 건물에서 화재와 같은 비상사태가 났을 때 비상구 앞에 기둥과 같은 장애물이 있을 때가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사람의 대피 속도가 빠르다는 실험 결과와도 상통한다. 속도제한과 장애물의 존재는 거래비용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제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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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합리적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이라는 근대 과학적 기본 전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별 행동으로 결국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다. 나아가 인간이 적어도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알고 자신의 행동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존재를 상정한다.
그러나 인간은 기본적으로 어느 상황에서는 합리적이나 대개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자유롭고 독립적이지 못한 불완전한 상황에서 광범하고도 강한 연결 현상은 인간이 합리적이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오히려 `상호적 인간(Homo Reciprocans)’이나 `사회적 인간(Homo Sociologicus)’에 기초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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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혜는 상호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전제될 때 발휘된다. SNS는 기본적으로 말과 속도의 합작품으로 개인의 독립성, 분권화, 다양성을 훼손시키기 때문에 집단지혜와는 멀어져 있다. SNS의 기세가 앞으로 더욱 확장되어 사회를 한없이 가벼이 만들어 구성원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해 냉소적으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SNS가 사회의 다양한 의사소통의 한 수단으로 일정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쳐야지 그것이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