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급변하는 경제환경, 새 경제생태계를 찾아야

권영선 교수님의 글이 디지털 타임스 오피니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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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에서나 실증적 증거가 아닌 주관적 가치관에 근거한 주장은 하나의 가설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으나 과학적 논증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가치관이 다르면 선택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이 다른 세력 사이에서는 타협이 있을 뿐 객관적 증거에 의한 의견 일치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관적 판단에 근거할 수밖에 없는 소득분배 문제는 경제의 영역이기 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속하고 어떤 이념지향성을 가진 정당이 정치를 주도하는가에 따라 분배정책은 변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이념 지향성이 다른 정치세력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추진되면서 주요 경제변수에 우려할만한 변화가 감지되기도 한다. 기술혁신이 급진전 되고 있고 대외 교역환경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 생태계는 다행히 비교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봄이 왔으나 우리나라 경제정책 결정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와 인구구조가 급변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 환경 또한 우리 경제에 비우호적인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느 정책결정자가 경제정책을 이끌던 맘 편히 하루하루를 지내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묘책은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경제의 활력을 살려야 하나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고삐를 늦추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조만간 경기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는 물론이고 중기에 있어서도 고용사정과 국가경제가 나아지기 보다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복지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고 일자리 나눔을 위해서 새로운 기업 경영방식에 대한 고민과 합의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흔히 기업의 목적은 이윤극대화를 통한 주주이익 극대화에 있다고 믿어져 왔고 현재도 주류의 믿음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이는 마치 자연계에서 진화를 설명하는 적자생존의 법칙과 일맥상통하는 부정하기 힘든 원칙임에는 틀림없다. 주류경제학을 공부해온 필자도 크게 공감하는 경제생태계의 법칙이나 이윤극대화가 꼭 주주이익 극대화를 의미해야 하는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극대화된 이윤을 어떻게 나누는가에 따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질 수도 있고 실제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도 찾아보면 적지 않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포항제철(현재 포스코)이 탄생한지 지난 4월1일로 50주년이 지났다. 포항제철은 설립자인 박태준 회장이 제시한 ‘제철보국’ 정신을 50년이 지나도록 유지해 왔다. 경영효율성을 끊임없이 설립초기부터 추구해 왔으나 효율적인 기업경영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것은 제철보국이었고 그러한 경영철학은 최고경영자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됐다. 50년이 지나 백년 기업을 향해 나가는 포스코는 이제 ‘창의보국’을 내세웠다. 보국의 방법이 바뀌었을 뿐 ‘보국’의 정신은 지속되고 있다. 약육강식의 생태계에 어울리지 않는 보국이란 기업 가치를 추구해 왔고 직원의 복지를 중시하는 기업경영 원칙이 설립초기부터 유지됐으나 여전히 세계 최우량기업의 하나로 위상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이 동물의 세계와 다름없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경영에 있어서 효율성 향상은 긴요하다. 그러나 극대화된 이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가 함께 고민하면서 대안을 찾아가야할 경제현안이다. 이는 결국 가치배분의 문제이고 경제공동체로서 기업과 국민이 정치권과 함께 풀어가야 할 사안이며 나아가 우리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대응이 시급하나 경제정책 당국이 멀리보고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합의와 대안을 도출해 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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